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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재난 속 인간의 선택과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 '해운대'는 2009년 개봉과 동시에 한국영화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으로 기록된 작품이다. 쓰나미라는 대규모 자연재해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할리우드식 재난 블록버스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해운대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나 스케일에 있지 않다. 이 영화는 거대한 파도가 도시를 덮치는 장면보다, 그 파도 앞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인간들의 감정과 관계에 더 깊이 천착한다. 일상의 평온함이 한순간에 붕괴되는 상황 속에서 사랑, 책임, 후회, 두려움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며, 재난을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사회적 사건이자 인간 드라마로 확장한다. 그래서 해운대는 한국형 재난영화의 시작이자,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다.. 2026. 1. 9.
'왕의 남자' 광대의 웃음 뒤에 숨겨진 권력과 작품의 대중성 '왕의 남자'는 2005년 개봉 이후 한국영화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조선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과 광대라는 비주류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기존 사극의 문법을 과감히 벗어나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획득했다. 왕의 남자는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나 파격적인 설정으로 성공한 영화가 아니다. 웃음을 파는 광대의 입을 빌려 권력의 위선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안에서 파괴되는 존엄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화려한 궁궐과 천한 신분의 광대, 절대 권력을 가진 왕과 그 권력 앞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예술가의 대비는 영화 전반에 강렬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관객은 웃음과 해학에 이끌려 이야기에 빠져들지만, 어느 순간 그 웃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왕의 남자.. 2026. 1. 8.
'괴물', 가족 이야기로 완성된 한국형 괴수영화의 기준점 괴물은 2006년 개봉과 동시에 한국영화의 지형도를 바꿔놓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강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라는 설정은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괴수영화의 문법을 따른 듯 보이지만, 실제로 영화가 집중하는 지점은 스펙터클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사회 구조다. 괴물은 공포와 액션, 블랙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를 한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국가 시스템의 무능과 개인의 무력감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특히 거대한 위협 앞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평범한 시민의 시선을 중심에 놓음으로써,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과 가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감정의 진폭은, 괴물이 왜 지금까지도 한국영화의.. 2026. 1. 7.
'말아톤', 느림의 속도로 완주해낸 감동과 존엄의 이야기 말아톤은 2005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따뜻한 울림으로 남아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년 초원과 그의 어머니가 함께 마라톤 완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지만, 단순한 감동 실화 영화로 규정하기에는 그 깊이가 상당하다. 말아톤은 ‘극복’이나 ‘기적’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보다, 한 인간이 자신의 리듬으로 세상과 호흡하는 과정을 차분히 보여준다. 빠른 속도와 경쟁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느림과 반복,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일상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이 영화는 담담하게 전한다. 관객은 초원의 시선을 따라가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정상과 기준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말아톤은 눈물을 강요하는 영화가.. 2026.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