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YOUTH(2015)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두 예술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젊음과 노년, 기억과 시간, 예술과 감정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아름다운 알프스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겉으로는 잔잔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강한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이 리뷰를 통해 ‘노년의 자아’, ‘YOUTH의 의미’, ‘음악의 감정적 상징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노년의 자아
YOUTH는 단순한 회고가 아닌, 노년이라는 시기를 관조하는 철학적 시선을 제공합니다. 은퇴한 지휘자 프레드와, 자신의 마지막 영화를 준비하는 영화감독 믹이라는 두 친구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들이 머무는 장소는 스위스 알프스의 고급 요양소. 이 고요하고 청명한 공간은 외부와 단절된 듯하면서도, 두 인물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면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이곳에서 그들은 무심한 일상을 보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되짚고, 과거와 대화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곱씹습니다. 프레드는 한때 명성이 자자했던 지휘자였지만, 지금은 은퇴한 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지냅니다. 그는 영국 여왕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대표곡을 지휘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감정을 억누르고 싶은 자의 저항입니다. 그의 음악은 과거의 사랑, 특히 아내와의 기억이 너무 강하게 얽혀 있어, 그것을 다시 꺼내는 행위는 그에게 상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외면하고, 회피하며, 자신의 내면을 무겁게 봉인합니다. 반면 믹은 여전히 새로운 영화를 기획 중입니다. 그는 과거의 배우를 불러 모으고, 젊은 작가들과 작업을 하며 끊임없이 창작에 몰두하려 하지만, 점점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게 됩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육체가 쇠약해지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믿어온 창작의 에너지, 세상과 연결되는 감각을 잃어간다는 절망이 동반됩니다. 믹은 영화의 중반부, 가장 기대했던 배우에게 거절당하고, 그의 삶의 목적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충격을 주지만, 동시에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삶의 끝자락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프레드는 믹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회피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결국 자신이 부정했던 감정과 음악에 다시 다가서게 됩니다. 이처럼 노년기를 단순한 소멸의 시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시 정립하는 고요하지만 강렬한 통찰의 시기로 그리고 있습니다.
'YOUTH'의 진정한 의미
‘YOUTH’라는 제목은 표면적으로는 젊음을 뜻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젊음의 의미는 훨씬 더 은유적이고 내면적인 개념입니다. 단지 나이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감정의 활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진정성 있는 응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프레드는 처음에는 모든 것을 거부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의 감정도, 음악도, 삶 자체도 외면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의 내면은 점차 변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미스 유니버스와의 대화입니다. 그는 그녀를 단지 육체적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보지만, 그녀는 예상치 못한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며 프레드의 고정관념을 흔듭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 젊음이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인물은 프레드의 딸입니다. 딸은 아버지의 감정적 단절에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후반에 아버지와 화해하게 됩니다. 이 화해는 단순한 가족 간의 갈등 해결이 아니라, 세대 간 감정의 공존과 이해를 상징합니다. 프레드는 딸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자신이 억눌러왔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믹의 자살 이후, 프레드는 음악으로 돌아갑니다. 이 장면에서 그는 단순히 지휘자가 아닌, 삶과 다시 연결된 인간으로 등장합니다. 음악은 다시 그에게 젊음의 에너지, 감정의 회복, 살아 있음의 감각을 되돌려줍니다. 결국 영화는 말합니다. "젊음이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감정을 살아 있게 두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프레드는 자신과, 과거와, 주변 인물들과 다시 연결되며, 다시금 ‘살아 있는 사람’으로 복귀합니다. 이것이 바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음악, 순수한 언어
극에서 음악은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프레드가 지휘자로서 살아온 삶, 그의 감정의 언어, 그리고 그의 상처까지 모두 녹아 있습니다. 그는 스토리 초반 내내 지휘하는 것을 피합니다. 대표곡인 ‘Simple Song’은 그의 아내와의 기억이 얽혀 있어 다시 마주하기 두렵습니다. 그에게 있어 기억의 저장소이자, 동시에 가장 날카로운 감정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믹의 죽음을 계기로 프레드는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오릅니다. 이 장면은 스토리의 클라이맥스이자, 삶과의 화해를 상징하는 감정의 정점입니다. 그는 자신이 평생 외면해 왔던 감정을 지휘를 통하여 표현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과 관객 모두를 감동시킵니다. 그가 지휘하는 동안 대사 없이 감정의 흐름만으로 관객을 이끕니다. 이는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언어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입니다. 프레드가 자신의 과거, 감정, 상처, 그리고 삶 전체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있어 치유의 수단이며, 동시에 삶을 다시 사랑하게 만든 연결 고리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외면했던 감정들, 묻어두었던 기억들, 상처받은 자아를 다시 꺼내고 마주할 수 있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입니다. 또한 사운드트랙은 인물들의 내면을 반영하며, 관객에게 감정의 울림을 전합니다. 클래식, 환경음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정적인 영상미와 조화를 이룹니다. 프레드의 마지막 지휘 장면은 감정의 언어로서 인간 존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젊음과 늙음, 과거와 현재, 감정의 억눌림과 해방. 이 모든 감정의 층위를 우아하고 철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소렌티노 감독은 섬세한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침묵의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자기 성찰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는 것, 그리고 삶과 화해하는 용기를 갖는 것. 이것이 바로 YOUTH가 우리에게 말하는 진정한 메시지입니다. "젊음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