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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정치 동반자와 외부 인물과의 심리전

by 모리프리 2025. 10. 25.

킹메이커 포스터
출처 메가박스 중앙플러스엠

킹메이커는 단순한 정치 드라마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입니다. 실제 정치사 속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인물 간의 감정, 권력의 흐름, 그리고 전략적 대립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본질을 묘사합니다. 특히 김운범과 서창대, 두 주인공 사이의 관계는 '동지'와 '대립'이라는 이중적인 구도로 전개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전은 관객의 감정을 깊이 건드립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 두 인물과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심리전의 구체적 양상을 중심으로, 어떻게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동반자인가, 이용자인가

김운범과 서창대는 이 작품의 중심축이며, ‘정치적 이상주의’와 ‘현실적 전략가’라는 대조적인 입장을 보여줍니다. 김운범은 ‘정정당당한 정치’를 지향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며, 대중에게 진심을 전달함으로써 정치를 바꾸려는 인물입니다. 반면 서창대는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그에게 있어 정치란 철저한 계산과 전략, 심리적 공략을 통해 이기는 게임과도 같습니다. 이러한 두 인물의 관계는 처음에는 상호 보완적입니다. 김운범은 서창대의 전략을 통해 현실 정치의 한계를 넘으려 하고, 서창대는 김운범의 인물됨을 통해 자신의 전략이 빛을 발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균열이 생깁니다. 김운범은 서창대의 방법론에 불편함을 느끼며 갈등하고, 서창대는 김운범의 원칙주의가 현실에서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체감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불신, 동경과 거부가 교차하는 복잡한 심리 구조로 발전하며,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라는 정치인과 전략가 각각의 고민이 응축되어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특히 이 관계의 중심에는 '이용자'와 '동반자'의 긴장감이 존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동지지만, 내부적으로는 서로를 시험하고 경계합니다. 김운범은 서창대를 믿지만, 그의 수단에는 거리감을 둡니다. 반대로 서창대는 김운범을 존경하지만, 동시에 그의 이상주의가 승리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처럼 상호 간의 인정과 불편함이 교차하는 관계는 단순한 파트너십 이상의 인간 심리의 미묘한 전장을 보여줍니다.

외부 인물과의 심리적 밀당

이 작품의 또 다른 강점은 주인공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과의 심리적 긴장감에서도 뚜렷이 드러납니다. 김운범의 정적들과의 관계, 내부 세력 간의 이해충돌, 보좌진과의 신뢰 관계, 그리고 일반 대중의 여론과의 상호작용은 모두 치밀하게 설계된 심리 게임의 연속입니다. 서창대는 이 모든 외부 요소들과 일종의 체스 게임을 하듯 대응합니다. 그는 상황을 관찰하고, 약점을 포착하며, 감정의 틈새를 노려 심리적으로 흔듭니다. 예를 들어, 상대 진영의 유권자 성향을 분석해 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선거 전략을 세우는 장면은 단순한 캠페인 기술이 아니라 심리적 전술의 일환입니다. ‘공포심 자극’, ‘동정심 유도’, ‘분노를 동원한 결집’ 등은 모두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현대 정치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는 방법이며, 이를 매우 현실감 있게 묘사합니다. 또한 언론과의 관계, 당내 인사들과의 정치적 협상 등 다양한 장면에서 심리전은 더욱 교묘하게 표현됩니다. 예컨대, 서창대는 언론을 이용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거나, 당 내에서 파벌을 나눠 균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판을 이끌어갑니다. 이때 등장하는 각 인물들은 단순한 주변인물이 아니라, 정국을 흔들 수 있는 감정의 촉매제들입니다. 서창대는 이들과의 감정선에서도 항상 한 발 앞서 움직이며 긴장과 압박을 조율합니다. 인물 간의 심리적 거리와 긴장감은 현실 속 정치인들과 유권자 사이의 감정적 거리감을 환기시키며, 정치의 냉정한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심리전의 표현 방식

말보다는 말 사이의 ‘침묵’에서, 행동보다는 ‘시선’에서, 그리고 연출보다는 ‘표정’에서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정치적 대사나 논쟁으로 가득한 기존 정치 작품들과는 달리, 감정이 겉으로 표현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입니다. 이는 심리전이라는 주제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연출 방식입니다. 서창대가 김운범의 연설을 바라보며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돌리는 장면, 김운범이 회의 중 그의 의견을 눈빛만으로 거절하는 장면 등은 모두 대사가 없이도 극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대사의 부재를 통해 인물 간의 거리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이 그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관객은 그들의 표정과 침묵 속에서 감정의 떨림을 읽어야 합니다. 이런 연출은 실제 정치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많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같습니다. 많은 결정은 말이 아닌 시선, 태도,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매우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인물 간 말 없는 대립이 이어지는 연출은 극 중 모든 심리전이 하나로 응축된 정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특정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의미 없이 반복하는 행동, 예를 들어 탁자를 두드리거나 손을 비비는 등의 제스처는 내면의 불안과 갈등을 암시합니다. 이런 ‘보디랭귀지’ 요소 역시 대사보다 강한 심리적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은 이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유추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장면들이 권력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내면과 심리적 갈등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선거의 승패나 정치 전략의 성공 여부를 넘어서, 인물들의 내면에 숨겨진 갈망, 죄책감, 충성심, 불신 같은 감정의 파동을 통해 정치라는 세계가 얼마나 인간적인 동시에 비인간적인지를 조명합니다. 김운범과 서창대, 두 인물은 권력을 향해 나아가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정치를 넘어, 인간 본성의 모순과 마주하게 합니다. 권력을 둘러싼 싸움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싸움이며, 가장 치열한 전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영역이라는 걸 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물들의 말보다 ‘표정’과 ‘침묵’에 더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해 보면 그 속에 진짜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